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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모던 한글-자음과 모음으로 만든 모던 디자인 - 매일경제

작성자: 대표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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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시의 제품 개발 의도를 너무나 매력적으로 잘 해석해준 내용이어서 공유합니다.

마음속에 늘 품고 있으나 글로 표현하는 것은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요.

멋진 필력으로 좋은 내용 담아주신 한희(문화평론가)님께 감사 말씀 전합니다.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9/08/629241/?fbclid=IwAR3FtcTV5erqpph6n8AROR8t_NcX2ALLa78t4xuff67k8ZrL7emX3UsyPWU


<기사> 모던 한글-자음과 모음으로 만든 모던 디자인

1970년대 간판을 연상케 하는 레트로 스타일의 유행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글을 해체하고 조합하여 미니멀하고 글로벌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는 어메이징한 작업을 말하는 것이다.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다!


한글 디자인이 유행이다. 영어 알파벳으로 상표를 혹은 패키지를 디자인해야 멋스럽다는 강박은 다양한 한글 서체의 개발과, 전통 문화에 대한 젊은 아티스트들의 사랑과, 뉴트로 문화의 결합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좀 차원이 다르다. 상표나 패키지 디자인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 소품(말하자면, 커피 잔이나 물컵 같은)에 한글을 입혀 동시대적인 세련됨을 표현하는 작업을 말하는 것이니까. 매일 쓰는 컵, 접시 등의 식기에 한글을 더한다는 상상? 보통 잔칫집에서 사은품으로 받아 온 컵이나 개업 기념 상호가 박힌 머그잔이 떠오를 것이다. 아무리 한글이 유행이라고 해도 매일 쓰는 커피 잔에 박힌 한글이 상상이 안 가는 이유다. 그래서 김선영 작가의 영민한 아이디어와 뚝심으로 탄생한 ‘소로시’를 마주하면 누구나 감탄하게 된다. ‘아, 한글이 이렇게 디자인될 수도 있구나!’ 하고. 작가는 한글의 두 축, 자음과 모음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 최대한 단순하고 간결한 선을 사용한다. 자음과 모음이 타이포그래피가 아니라 패턴 그래픽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조형적으로 탁월한 한글을 보다 아름답게 활용하고 디자인한 제품은 왜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직접 용기를 낸 것이다. 한국의 대표 문화 요소인 한글을 사용하면서도 지나치게 전통적이지 않을 것, 이것이 그녀의 다짐이었다. 전통을 강조하면 올드해 보이기 쉽고 그렇게 되면 젊은이들이 사용하기 힘들어 파급력이 커지기도 힘들 테니 말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소로시’의 한글 패턴 세라믹 시리즈다. 한글을 재해석해서 리듬을 주고 강약을 주어 북유럽의 패턴처럼 사랑스럽게 변신시켰다. 사용되는 컬러는 화이트와 블루. 조선 시대 청화 백자의 미감을 살린 것이지만 모던하게 풀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한 감각으로 승화됐다. 수년 전 한글을 소재로 풀어낸 디자이너 이상봉의 의상이 해외 컬렉션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고, 밀라노 등지에서 한글을 적용한 국가 대표 디자이너들의 전시도 있었지만, 우리 일상에서 친근하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오히려 최근 한글 디자이너 이용제의 손에서 탄생한 바람, 꽃길 등의 서체가 감성적 메시지를 담아 상업 디자인에 자주 활용되면서 한글 특유의 감수성이 마음을 울리는 중이다. 가수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에 적힌 ‘꽃갈피’라는 세 글자가 주는 그 한글 타이포그래피가 우리에게 던지는 잔잔한 감수성 같은. 이 와중에 한 걸음 더 나아가 텍스트가 주는 메시지라고는 하나 없는, 기호적인 의미의 한글을 해체하고 패턴화하는 건 일종의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영화 ‘나랏말싸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아름다운 문자가 왜 안 된단 말인가?” “모음은 점 하나로 끝낸다.” 우리 선조가 한글에 담아놓은 진심, 세상에서 가장 쉽고 아름다운 조합. 그리고 가장 간결한 조합. 이 정체성을 살려 널리 알리기 위한 젊은 작가들의 열정이 소로시 그릇에 고스란히 담겼다.


무엇보다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의 생활용품이라는 점은 선조들의 정신을 그대로 이어 가고 있다고 봐야겠다. 작가는 한글을 패턴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산수화의 구석구석을 살펴 중요 요소들을 패턴화하고 이를 생활 용품에 적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요소를 전통적으로 보이지 않게 디자인하는 것, 하지만 그 근본은 지켜내는 일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한국 자체의 힘이 담긴 콘텐츠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한 요즘. 이 작은 움직임이 엄청난 글로벌 파워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본리빙(vonliving)]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2호 (19.08.2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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